Page 193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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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록 193
나 부모가 몹시 사랑하여 허락하지 않았습니다.그 후 3년째 되는 해
에 아버지를 따라 포전(莆田)옥한사(玉氵閒寺)에 놀러갔다가 그 절의
주지인 경원(慶元)스님이 수행이 높고 맑기에 절을 올리면서 ‘저의
스승이십니다’라고 하고 마침내 그 절에 머무르면서 좌우에서 시봉
하였습니다.그리고는 열일곱 살 되던 해에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
었습니다.
그 후 당(唐)의 무종(武宗)황제가 불법을 숭상하지 않아 스님은 부
용산에 자취를 숨기고 있었는데,이윽고 선종(宣宗)황제께서 불도를
회복케 하셨습니다.그리하여 이곳 오월(吳越)지방에서 저 북쪽 연
진(燕秦)지방까지 행각을 하였고,유주(幽州)의 보찰사(寶刹寺)에서
구족계를 받았습니다.그 후 남쪽으로 돌아와 이름난 토굴에 사시면
서 묘한 법륜을 굴려 종문의 가르침을 널리 폈습니다.그런 지 40년
에 청정한 대중이 모여들어 늘 1천5백 명을 밑돌지 않았습니다.또
밀인(密印)을 전해 받은 사람으로는 현사(玄沙),아호(鵝湖),동암(洞
巖),고산(鼓山),초경(超慶)이 다섯 분의 존자가 있어 모두 큰 이름
을 지금에까지 전하고 있습니다.
아아,그러나 스승(설봉)의 법요는 아직 머리말을 써 붙이지 못하
였기에 후손들은 부끄러워하고 총림은 탄식만 하고 있습니다.지금
몇 마디 말씀을 구해서 어록을 빛내 주신다면 어찌 거룩한 일이 아
니겠습니까.”
이에 내가 말하였다.
“전에 나는 돌아가신 진각대사의 기연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깨
달음이 열렸는데 지금 그 분께서 하신 말씀을 다 볼 수 있게 되었습
니다.마치 겹겹의 그늘에서 반가운 해를 보는 듯하며 오랫동안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