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5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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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록 195



                        2.설봉진각대사광록 후서

                           (雪峰眞覺大師廣錄後序)
















               선 공부가 생긴 뒤로 학인들은 심지어 몸을 버리고 마른나무같이
            여위는 것을 달갑게 여겨 한번 산에 들어가면 돌아오지 않기까지 하
            였다.그 가운데는 간혹 저자나 마을에 달려나가 술과 고기에 푹 젖

            어 놀면서도 개의치 않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 분들이 남긴 풍모를 밟아 보고 그 분들이 노닐던 말류
            (末流)에 헤엄쳐 보면 그 경지를 대강은 알 수 있다.그것은 어둠에
            싸인 허공같이 아득하고 망망하여 위로는 더할 수 없이 높고 아래로
            는 더할 수 없이 깊다.찾으려 해도 소리가 들리지 않고 보려 해도
            볼 수가 없으며 헤아려 보아도 아무것도 잡히는 것이 없다.생사도

            역시 큰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생사에 의해 변할 수 없고,고금도
            오랜 세월이긴 하지만 그것은 고금에 의해 옮겨지지도 않는다.이렇
            듯 굉장히 넓고 커서 그 꼬투리를 잡을 수 없는데,이것을 체득해 낼
            수 있다면 어찌 위대하지 않겠는가.

               전기를 보면,대략 도인이라고 할 만한 사람만 해도 천여 명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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