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2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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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어를 읽었는데,거기에,“온 누리가 하나의 해탈문(解脫門)이다”라
            하셨고,또 달리 말씀하시기를 “3세 모든 부처님과 12부 경전도 여
            기에서는 부질없는 헛수고이다.이 뜻을 치밀히 하면 마치 술에서
            깨어나듯 마음이 탁 트여 도를 알게 되니 어찌 멀다고 하겠는가.진

            실에 돌아가면 깨닫게 되리니 부처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서 이루어지는 것이다”하시며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확연히 부처의 종지를 보고
                 하늘땅을 손바닥에서 보네.
                 廓然見佛旨 天地掌中觀


               아!밝고 묘한 성품을 깨치고 원돈(圓頓)의 이치에 계합하여 번뇌
            의 고삐와 사슬을 벗고 맑고 깨끗한 경계를 밟게 되는 것이다.
               금년 초봄에 민중(閩中)의 이름 높은 선비 강하(江夏)의 황순무군
            (黃洵武君)이 설봉산의 숭성선원(崇聖禪院)에서 자의(紫衣)가사를 관

            리하는 일을 맡아보고 있는 수훈(守勛)이란 스님과 함께 나를 찾아왔
            다.
               수훈스님은 돌아가신 설봉 진각대사의 법요 한 두루마리를 받들
            고 와서 나에게 말하였다.
               “대사의 법호는 의존(義存)이며 속성은 증씨(曾氏)이고 천주(泉州)

            남안읍(南安邑)사람입니다.
               조상 때부터 대대로 불법을 신봉하였는데,대사께서는 날 때부터
            총명하고 지혜로웠습니다.마늘냄새나 고기를 먹지 않았고 어린아이
            때도 절의 종소리,경쇠소리를 듣거나 스님이나 불상을 보면 얼굴에
            기쁜 빛이 감돌았습니다.아홉 살 때 집을 버리고 출가하려 하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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