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9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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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록 199
3.발 문
조사[難提]의*지극한 말씀은 정형화된 것이 아니어서 상황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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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근기에 따라 세속에 맞게 도를 드러내는 말씀을 하셨고,의혹을
해결하고 편견을 물리쳐 주는 데에는 물결을 따라 흐름을 끊어주는
은혜로운 말씀을 하셨다.
이러한 말씀들은 옥구슬이 구르는 듯하고,또는 수놓은 두루마리
나 비단 베틀과도 같으니 그 말씀 아래서 말없는 가운데 홀연히 돌
아갈 곳을 알아야 한다.이것이 이른바 ‘일대사 인연으로 세상에 출
현한다’는 것이다.
스님이 세 번 투자산(投子山)에 오르고 아홉 번 동산스님을 찾아
갈 때부터 오산진(鼇山鎭)에서 도를 깨치실 때까지의 말씀을,자갈돌
을 주워 모아 옥환을 만들듯 모아서 가문의 어록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전란에 시달린 나머지 다 불타 버려 한두 마디를 구하려 해
*난제(難提):선사들의 유골을 다비하지 않고 전신을 탑에 봉양하는 일.여기
서는 조사를 일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