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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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上 99
에 가 보라고 하였다.
현사스님은 남제장로가 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장로님!옛사람이 말씀하시기를 ‘이 일은 오직 나 혼자만이 알
수 있다’라고 하셨는데 장로님은 이 말씀을 어떻게 이해하십니까?”
“ 알고자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에 현사스님이 말하였다.
“산꼭대기에 사는 늙은이가 숱하게 생고생을 해서 무얼 하려는가?”
스님께서는 스님들의 얼굴 앞에 손을 폈다가 주먹을 쥐면서 말씀
하셨다.
“온 하늘과 땅에 범부든 성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스님이든 속인
이든 산하대지 모두가 이 주먹 안에 있다.”
하루는 민 땅의 왕이 스님에게 묻기를,“전각(殿閣)한 채를 지어
드리고 싶은데 어떻습니까?”라고 하자 스님께서 “대왕께서는 공왕전
(空王殿)을 한 채 지어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하셨다.
왕이 “스님께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본보기를 보여주십시오”라고
하자 스님께서는 두 손을 펴 보였다.
이에 대해 운문스님은 “한 번에 마흔아홉 개를 드는구나”라고 하
였다.
한 스님이 물었다.
“불볕 더위가 닥쳐 오는데 어떻게 견디면 됩니까?”
“ 분수에 따라 자족해야지 바깥 것을 구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