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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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上 97
말하기를,“이것은 네 사람이 메는 것이나 저것은 몇 사람이 메는 것
인가?”라고 하니 스님께서 몸을 일으키면서 “뭐라고 했는가?”하셨
다.용천스님이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 스님께서는 “가자,가!저 사
람은 모른다”하셨다.
이에 용천스님이 말하였다.
“알기는 알지만 말은 할 수가 없습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
“얼굴을 때리며 올 때는 어찌합니까?”
“ 얼굴을 때리며 오는 것이 무엇이냐?”
한 스님이 물었다.
“개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저 모양이 되었습니까?”
“ 쇠를 두들겨서 자물쇠를 만들어 입에 채웠으면 좋겠다.”
하루는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불자를 들어 보였는데 그 스님이
떠나 버렸다.
장경스님이 천주(泉州)의 왕연빈(王延彬)이란 사람에게 이 이야기
를 들려주면서 말하였다.
“이 스님을 불러 세워서 따끔한 몽둥이맛을 보게 했어야 옳을 걸
그랬습니다.”
“ 스님께서는 무슨 심보이십니까?”
“ 하마터면 놓칠 뻔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