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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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설봉록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제 자신입니까?”
               “ 너의 콧구멍을 막아라!”
               그 스님이 운문(雲門)스님께 이야기하자 운문스님이 말하였다.



                 들자마자 본 척도 안 한다 해도 틀리는데
                 헤아리고 사량한다면 어느 겁에 깨달으리.
                 擧不顧卽差互 擬思量何劫悟


               한 스님이 말하기를 “제가 묻고자 하니 스님께서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자 스님께서 “좋다!”하셨다.


               한 스님이 스님께 드릴 사리장치[龕:죽은 뒤 사리를 모셔 두는 집
            모양의 함]를 만들어 놓고 “스님 사리장치가 완성되었습니다”하자
            스님께서 “메고 와서 큰방 앞에 갖다 놓아라”하셨다.

               스님께서 사리장치를 보시고는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제1구(第一句)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것을
            그냥 보관해 두겠다.”
               대중들이 대답이 없자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이때 한 스님이 앞
            으로 나서며 말하기를,“제가 스님에게 자문을 구하고자 합니다”라

            고 하다가 스님에게서 일갈대성을 들었다.스님께서는 “똥 끓는 소
            리 말아라”하고는 사리장치를 갖다가 태워 버리셨다.


               스님께서 용천(湧泉)스님을 방문하셨다.용천스님이 전송하러 산
            문까지 나왔는데 스님께서는 가마 안에 들어가 앉으니 용천스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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