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8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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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태고록
스님은 어려서부터 매우 총명하고 기골이 준수하여 상(相)을
보는 이들은 법왕이 되리라고 하였다.
13 세에 회암사(檜岩寺)광지(廣智)선사에게 귀의하여 머리를 깎
고,얼마 안 되어 가지산(迦智山)총림으로 가서 수행하셨다.19세
에는 만법귀일(萬法歸一)화두를 참구하였으나 대중들은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구속을 싫어하는 성격인 데다 말소리는 우렁찼
기 때문에 도반들이 꺼리므로 스님은 그들을 버리고 떠나 소요자
재(逍遙自在)하셨다.26세에는 화엄선(華嚴選)에 합격하고 경전을
두루 연구하여 그 깊은 뜻을 알았다.그러나 하루는 “이것도 방편
[筌蹄:고기 잡는 통발,토끼 덫]일 뿐이다.옛날의 대장부들은 높은
뜻을 세웠으니,어찌 경솔히 했겠는가.나라고 어찌 대장부가 못
되겠는가”라고 탄식하시고는 모든 인연을 끊고 뜻한 바를 향해
힘써 정진하였으므로 공부가 날로 나아갔다.그리하여 천력(天曆)
3 년(1330)경오 봄에 용문산(龍門山)상원암(上院庵)에 들어가 관음
보살께 예배하고 열두 가지 큰 서원을 세웠는데,지극한 정성은
허파를 걸러 나왔고 눈물이 줄줄 흘렀다.그 뒤로는 칼같이 날카
로운 지혜를 갖게 되었다.
원통(元統)으로 연호가 바뀐 계유(1333)가을에는 성서(城西)의
감로사(甘露寺)승당에 계시면서 분심을 내어 한탄하되 “성질이
나약하고 게을러 불법대사를 성취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고행
(苦行)하다가 죽느니만 못하다”하시고,다시 결심하고는 단정히
앉으셨다.그런 지 이레 되는 날 저녁에,어렴풋한 잠 속에 푸른
옷을 입은 두 아이가 나타나,하나는 병을 들고 하나는 잔을 받들
어 더운물을 조금 따라 권하기에 받아 마셨는데 그것은 감로(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