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0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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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없다 하는 이것이 무엇인가
서리 온 뒤에는 국화가 무성하리.
靜也千般現 動也一物無
無無是什麽 霜後菊花稠
그 뒤에 홀연히 조주(趙州)의 ‘무(無)’자 화두를 들었으나,한마
디도 말할 수 없기가 쇠뭉치를 씹는 것 같았다.그 쇠뭉치 속에서
계속 정진해 가다가 그 해 10월에 채중암(蔡中菴)이 그의 집 북쪽
에 있는 전단원(栴檀園)은 신령하고 기이한 기운을 간직하였으므
로 도를 닦을 만한 곳이라고 하면서 겨울 안거를 청하였다.그리
하여 스님은 거기서 자나깨나 한결같은[寤寐一如]경지에 이르렀
으나,‘무’자 화두에 대한 의심은 깨뜨릴 수가 없어 완전히 죽은
사람과 같았다.그러다가 무인(1338)정월 7일 오경(五更)에 활연
히 크게 깨쳐 게송을 지으셨다.
조주 옛 부처가
천성(千聖)의 길에 눌러앉았네
취모검을 들이댔으나
온몸에 빈틈이 없네.
여우와 토끼는 자취도 없고
몸을 뒤집어 사자가 나타났네
튼튼한 관문을 쳐부순 뒤에
맑은 바람이 태고에게 불어오네.
趙州古佛老 坐斷千聖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