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8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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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태고록
때가 되자 단정히 앉아 게송으로 말하셨다.
사람의 목숨은 물거품처럼 빈 것이어서
팔십여 년이 봄날 꿈속 같았네
죽음에 다다라 이제 가죽푸대 버리노니
수레바퀴 붉은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네.
人生命若水泡空 八十餘年春夢中
臨終如今放皮帒 一輪紅日下西峰
이 게송을 마치고 세상을 떠나시니,세수는 82세요,법랍(法臘)
은 69세였다.
이 소문이 왕에게 들리자 왕은 내시 전농부정 전저(內侍 典農
副正 田沮)를 시켜 향을 보내고 부의를 예답게 하였다.방장실 앞
에서 화장하였는데,그날 밤에는 광명이 하늘에 뻗쳤고 사리가 무
수히 나왔으며,정수리에서 나온 사리들은 별처럼 빛났다.때는
계해년(1383)1월 12일이었다.친히 전저가 그 사리 백 알을 나라
에 바치니,왕은 더욱 공경하고 존중하여 원증(圓證)이라 시호를
내렸다.중흥사 동쪽 봉우리에 탑을 세워 이름을 보월승공(寶月昇
空)이라 하고 영골(靈骨)을 넣어 두었다.
스님의 문도와 장로들은 모두 “우리 스승은 떠나셨지만 사리가
세상에 있으니 어찌 소홀히 하겠는가”하고,대중과 함께 뼈를 깎
는 노고와 참담한 마음을 다해 돌을 다듬어 종(鍾)을 만들고 사리
를 넣어 네 곳에 간직하니,그곳은 양산사(陽山寺)․사나사(舍那
寺)․청송사(靑松寺)․태고암(太古庵)이었다.
또 소설산에 탑을 세우고 거기에 이렇게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