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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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上 95
생각이 일기 전이라 해도 이미 그르쳤거니
게다가 입까지 연다면 어지러우리
봄비 가을 서리에 몇 해를 지났던고
부질없는 일이었음을 오늘에야 알겠네.
맛이 있거나 없거나 음식은 음식이라
누구나 마음대로 먹도록 놔두네
운문(雲門)의 호떡,*조주(趙州)의 차*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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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암자의 아무 맛 없는 음식만 하랴.
본래부터 이러한 옛 가풍을
누가 감히 그대에게 대단하다 말할 건가
한 털끝 위의 태고암은
넓다 하려니 넓지 않고 좁다 하려니 좁지 않네.
겹겹 세계들이 그 안에 들어 있고
뛰어난 기틀의 길이 하늘까지 뚫렸는데
삼세의 부처님도 전혀 알지 못하고
*한 스님이 운문스님에게 “무엇이 부처와 조사를 초월한 말입니까?”하고 물
었을 때 운문스님이 “호떡이니라”하였다.
*조주스님이 한 스님에게 물었다.“이곳에 와 보았는가?”그 스님이 “와 본
적이 없습니다”하니 “차나 마셔라”하였다.또 어떤 스님이 “와 보았습니다”
하니 “차나 마셔라”하였다.원주가 말하기를,“스님께서는 항상 스님네에게
물어서,와 보았다거나 와 본 적이 없다거나 간에 차나 마시고 가라 하시니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하였다.이에 조주스님은 “원주!”하고 불렀다.원주
가 “예”하자,조주스님은 “차나 마셔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