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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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태고록
침수향(沈水香)은 다 타서 향로에 연기 없네
그저 자유롭게 이렇게 지나거니
무엇 하러 구차스레 그러하기를 구하랴.
뼛속에 사무치고 사무친 청빈함이여
살아갈 계책은 원래 위음왕불 전에 있었네
하릴없이 태고가*를 소리 높이 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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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소를 타고서 인간과 천상을 노니네.
아이들 눈에는 모두가 광대놀이라
끌고 가지 못하고 부질없이 눈여겨보네
이 암자의 누추함은 그저 이러하여
거듭 말할 필요가 없는 줄로 알겠거니
춤을 그치고 삼대(三臺)로 돌아간 뒤에는
푸른 산은 여전히 샘과 수풀 마주하네.
고려 남경 중흥 만수선사(南京中興萬壽禪寺)장로의 휘(諱)는
보우(普愚)이며 호는 태고(太古)이다.그는 일찍이 이 큰 일에
뜻을 세우고 고생해서 공부하여 안목[見處]이 뛰어났다.마음의
움직임이 끊어지고 생각을 벗어난 그 경계는 말로 표현할 수도
없었다.그리고는 숨어살기 위해 삼각산에 암자를 짓고 자기의
호를 따서 그 현판을 ‘태고’라고 붙였다.그리하여 스스로 도를
즐기고 산수의 경치에 마음을 놓아 ‘태고가(太古歌)’한 편을
지었다.
*다른 본에는 ‘태고의 아름다움’으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