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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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태고록
역대의 조사들도 뛰쳐나오지 못하네.
어리석고 말 더듬는 주인공은
법도 없이 거꾸로 행하니
청주(靑州)의 헤진 베장삼 입고
등넝굴 그늘 속에서 절벽에 기대 있네.
눈앞에는 법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아침저녁 부질없이 푸른 산색을 마주하며
우뚝 앉아 일없이 이 노래 부르나니
서쪽에서 온 그 가락 더욱 분명하여라.
온 세계에 그 누가 이 노래에 화답하리
영산(靈山)과 소실(少室)에서는 부질없이 손뼉만 치네
누가 태고 적의 줄 없는 거문고를 가져와서
지금의 구멍 없는 피리에 화답하리.
태고암 속 태고 적 일을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지금 이렇게 밝고도 분명한데
백천의 삼매가 그 가운데 있어
만물을 이롭게 하고 인연에 응하면서 항상 고요하네.
이 암자는 이 노승만 사는 곳이 아니라
티끌 수 모래 수 불조들이 풍모와 격식을 같이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