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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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록 163
24.해제에 상당하여
법좌에 올라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이것은 주구(主句)인가, 빈구(賓句)인가, 파주구(把住句)인가,
방행구(放行句)인가.대중 스님네는 가려낼 수 있겠는가.가려낼
수 있으면 해산하고 가려낼 수 없으면 내 말을 들어라.
맨 처음 한마디와 마지막 한 기틀[機]은 3세의 부처님네도 알
지 못하는 것인데 내가 지금 여러분 앞에 꺼내 보이니,북을 쳐서
대중운력이나 하여라.천 년의 그림자 없는 나무가 지금은 밑 없
는 광주리가 되었다.2천 년 전에도 이러하였고 2천 년 후에도 이
러하며,90일 전에도 이러하였고 90일 후에도 이러하다.위로는
우러러야 할 어떤 부처도 없고 밑으로는 구제해야 할 어떤 중생
도 없다.그런데 무슨 장기․단기를 말하며 무슨 결제․해제를 말
하는가.”
주장자를 들어 한 번 내리친 뒤에 말씀하셨다.
두 쪽을 다 끊고 중간에도 있지 않네
빈손으로 호미 들고 걸어가면서 물소를 타네
사람이 다리 위를 지나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