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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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나옹록
하랴.3현․3요․4료간․4빈주로서 완전히 죽이고 완전히 살리며,
완전히 밝게 하고 완전히 어둡게 하며,한꺼번에 놓고 한꺼번에
거두며,하면서 하지 않고 하지 않으면서 하며,진실이어서 거짓
을 가리지 않고 굽은 것이어서 곧은 것을 감추지 않는다.”
주장자를 들어 한 번 내리치고 말씀하셨다.
“여러분은 알겠는가.흩어지는 것은 다른 물건이 아니니 어디
로 가나 티끌이 아니다.”
주장자를 내던지고,“이미 흩어져 버려서 다른 물건이 아니라
한다면 결국 그것은 무엇인가”하고 할을 한 번 한 뒤에 말씀하셨
다.
“범이 걸터앉고 용이 서린 형세요,산의 얼굴에 구름의 그림자
로다.방(龐)거사가 딸 영조(靈照)에게,‘환한 온갖 풀잎 끝에 조사
의 뜻이 분명하구나.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하고 물었을 때,영
조는 ‘이 늙은이가 머리는 희고 이는 누르면서 이따위 견해를 가
졌구나’하였다.다시 거사가 ‘너는 어떻게 말하겠느냐’하니 영조
는 ‘환한 온갖 풀잎 끝에 조사의 뜻이 분명하구나’하였다.
거사는 말은 했으나 뜻이 통하지 못했고,영조는 뜻은 통했으
나 말은 언급치 못하였다.아무리 말과 뜻을 모두 다 했다 하더라
도 나옹의 문하에서는 한바탕 매몰당함을 면치 못할 것이오.말해
보라.그 허물은 어느 쪽에 있는가.”
한참 있다가 “환한 온갖 풀잎 끝에 조사의 뜻이 분명하구나.
안녕히 계시오”하고 자리에서 내려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