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1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P. 161
어 록 161
23.결제에 상당하여 설법하다
스님께서는 법좌에 올라 불자를 세우고 말씀하셨다.
“대중 스님네여,자리를 걷어 가지고 그냥 해산한다 해도 그것
은 일없는 데서 일을 만들고,바람 없는 데서 물결을 일으키는 것
이다.그러나 법에는 일정한 것이 없고 일에는 한결같음이 없으
니,이 산승의 잔소리를 들으라.
담담하여 본래부터 변하는 일이 없고,확 트여 스스로 신령히
통하며,묘함을 다해 공(功)을 잊은 공(空)한 곳에서,적조(寂照)의
가운데로 돌아가는 이 한 구절은 소리 앞에서 완전히 드러나,하
늘과 땅을 덮고 소리와 빛깔을 덮고 있었다.서천의 28조사도 여
기서 작용을 잊어버렸고 중국의 여섯 조사도 여기서 말을 잃어버
렸다.몹시 어수선한 곳에서는 환히 밝고,환히 밝은 곳에서는 몹
시 어수선하니 왕의 보검과 같고 또 취모검(吹毛劍)에 비길 만하
여 송장이 만 리에 질펀하다.
더 이상 무엇을 말하랴.땅이 산을 만들고 있으나 산의 높음을
모르는 것과 같고,돌이 옥을 간직했으나 옥의 티없음을 모르는
것과 같다.더 이상 무엇을 말하랴.큰 코끼리[香象]가 강을 건널
때,철저히 물결을 끊고 지나가는 것과 같다.더 이상 무엇을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