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9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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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송 179
3.고루가(枯髏歌)
이 마른 해골이여 몇천 번을 태어났더냐
가로 세로 모습 지어 허망되게 형상을 수고롭게 하여
지금은 진흙 구덩이 속에 떨어져 있으니
반드시 전생에 마음 잘못 썼으리라.
한량없는 겁토록 성왕(性王)에 어두워
6근(六根)은 이리저리 흩어져 치달리고
탐욕과 애욕만을 가까이할 줄 알았으니
어찌 머리 돌려 바른 광명 보호할꼬.
이 마른 해골이여 매우 미련하고 깜깜하여
그 때문에 천만 가지 악을 지었네
하루아침에 공하여 있지 않음을 확실히 본다면
한 걸음도 떼지 않고 서늘히 몸을 벗으리.
그 당시 좋은 때를 놓쳤으니
이리저리 허덕이며 바람 따라 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