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3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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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문 303



               발 문














               이상은 왕사 보제존자가 제방을 돌아다닐 때 일상의 행동을 한
            마디,한 구절 모두 그 시자가 모아  나옹화상 어록 이라 이름한

            것이다.그 제자 유곡(幽谷)․굉각(宏覺)등이 여러 동지들과 더불
            어 세상에 간행하려고 내게 그 서문을 청하였다.그래서 나는 그
            들에게 말했다.

               “서문이란 유래를 쓰는 것인데,그 유래를 모르고 서문을 쓰면
            반드시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것이오.장님이 길을 인도하거나 귀

            머거리가 곡조를 고른다면 그것이 될 일이겠는가.나는 그것이 안
            되는 일인 줄 알 뿐 아니라,더구나 백담암(白淡庵)의 서문에서 남
            김없이 말했는데 거기 덧붙일 것이 무엇 있는가.”

               그랬더니 그들은 “그렇다면 발문(跋文)을 써 주시오”하면서 재
            삼 간청하므로 부득이 쓰는 것이다.그러나 스님의 넓은 그릇과
            맑은 뜻을 엿볼 수 없거늘,어떻게 그것을 나타낼 수 있겠는가.

               다만 내 듣건대,부처는 깨달음[覺]을 말하고 그 깨달음으로 중
            생을 깨우치며 자비로써 교화한다 하니,그것은 우리 유교로 말하

            면 먼저 깨달은 사람이 뒤에 깨달을 사람을 깨닫게 하고 인서(仁
            恕)로 가르침을 삼는 것이니,그것이 같은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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