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4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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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나옹록


               우리 군자[先儒]는 이렇게 말하였다.
               “서방에 큰 성인이 있으니 천하를 다스리지 않아도 어지럽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믿으며 교화하지 않아도 스스로 교화
            가 행해지는데,탕탕하여 아무도 그것을 무어라고 말할 수 없으
            니,도는 하나이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유불(儒佛)이 서로 비방한다’고 한다.그
            러나 나는 서로 비방하는 것이 그름을 안다.유교를 비방하는 것
            이 불교를 비방하는 것이요,불교를 비방하는 것이 유교를 비방하

            는 것이다.다만 극치에 이르지 못한 제자들이 서로 맞서 비방할
            뿐이요,중니(仲尼)와 모니(牟尼)는 오직 한 덩어리의 화기(和氣)인
            것이다.

               이제 이 어록을 보면 더욱 그러함을 믿을 수 있으니,언제나
            허망을 버리고 진실을 닦아 임금을 축수하고 나라를 복되게 함으

            로써 규범을 삼는 것이다.이미 우리 임금은 이 분을 존경하여 스
            승으로 삼았으니 이 어록을 간행하여 세상을 깨우침이 마땅할 것
            이다.



                 정사년(1377)첫여름 하순(下旬)어느 날에 단성보리 익찬공신 중
                 대광계림군 이달충(端誠輔理翊贊功臣重大匡雞林呼李達衷)은 머리
                 를 조아려 두 번 절하고 삼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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