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9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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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제존자 삼종가 309
우리 집의 백납장삼만이야 하겠는가
비록 이 누더기가 다 헤졌다 해도
삼라만상이 말하매 끝이 없고
모든 법이 공(空)으로 돌아간다네,백 번 기운 누더기여.
이 누더기옷은
무궁무진하게 쓰이면서 그때마다 적당치 않음이 없는데
이익을 구하고 명예를 구하여 누가 만족했던고
지극한 마음으로 도를 구하여 믿음으로 귀의하여라.
매우 편리하니
겨울 여름 할 것 없이 사철로 편리하며
총림 어디로 가나 걸림이 없고
인연 따라 쓰임이 위의가 극진하네.
늘상 입고 오가며 무엇을 하든지 편리하구나
미우나 고우나 대중을 따르매 그것으로 법다운 모습이니
비단옷을 입은 이 아무리 존귀한들
무심한 이 누더기만 하겠는가.
취한 눈으로 꽃 보는 일 누가 구태여 하겠는가
누더기의 맛은 원통(圓通)의 깨달음에 있고
꽃을 보는 취한 눈은 그 맛이 미혹에 있으나
누더기 입는 일을 누가 감히 하겠는가.
도에 깊이 사는 이라야 스스로 지킨다
도 닦는 이의 깊숙한 거처를 아는가 모르는가
마음과 법을 다 잊었거니 어찌 둘이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