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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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나옹록
“그대들은 잘 들어라.노승은 오늘 그대들을 위해 열반 불사를
지어 마치리라.”
그리고는 진시(辰時)가 되어 고요히 돌아가시니 5월 15일이었
다.
여흥과 도안의 두 관리가 모시고 앉아 인보(印寶)를 봉하였는
데 스님의 안색은 보통때와 같았다.여흥 군수가 안렴사(按廉使)에
게 알리고 안렴사는 조정에 고했다.
스님이 돌아가실 때,그 고을 사람들은 멀리 오색 구름이 산꼭
대기를 덮는 것을 보았고,또 스님이 타시던 흰말은 3일 전부터
풀을 먹지 않은 채 머리를 떨구고 슬피 울었다.화장을 마쳤으나
머리뼈 다섯 조각과 이 40개는 모두 타지 않았으므로 향수로 씻
었다.이때에 그 지방에는 구름도 없이 비가 내렸다.사리가 부지
기수로 나왔고,사부대중이 남은 재와 흙을 헤치고 얻은 것도 이
루 셀 수 없었다.그때 그 고을 사람들은 모두 산 위에서 환히 빛
나는 신비한 광채를 보았고,그 절의 스님 달여(達如)는 꿈에 신룡
(神龍)이 다비하는 자리에 서려 있다가 강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
았는데,그 모습은 말과 같았다.문도들이 영골사리를 모시고 배
로 회암사로 돌아가려 할 때에는 오래 가물어 물이 얕지 않을까
걱정하였다.그런데 비는 오지 않고 갑자기 물이 불어 오랫동안
묶여 있던 배들이 한꺼번에 물을 따라 내려갔으니,신룡의 도움임
을 알 수 있었다.
29 일에 회암사에 도착하여 침당(寢堂)에 모셨다가 8월 15일에
그 절 북쪽 언덕에 부도를 세웠는데,가끔 신령스런 광명이 환히
비쳤다.정골사리 한 조각을 옮겨 신륵사에 안치하고 석종(石鍾)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