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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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 장 53
곧 문도 10여 명과 함께 물을 거슬러 올라간 지 7일 만에 여흥
에 이르러 다시 탁첨에게 말하였다.
“내 병이 너무 위독해 이곳을 지날 수 없소.이 사정을 나라에
알리시오.”
탁첨이 달려가 나라에 알렸으므로 스님은 신륵사(神勒寺)에 머
무르게 되었다.며칠을 머무르셨을 때,여흥수 황희직(驢興守 黃希
直)과 도안감무 윤인수(道安監務 尹仁守)가 탁첨의 명령을 받고 출
발을 재촉했다.시자가 이 사실을 알리자 스님은 말하였다.
“그것은 어렵지 않다.나는 이제 아주 가련다.”
그때 한 스님이 물었다.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스님은 주먹을 세웠다.그 스님이 또 물었다.
“4대(四大)가 각기 흩어지면 어디로 갑니까?”
스님은 주먹을 맞대어 가슴에 대고 “오직 이 속에 있다”하였
다.
“그 속에 있을 때는 어떻습니까?”
“ 별로 대단할 것이 없느니라.”
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대단한 그 도리입니까?”
스님은 눈을 똑바로 뜨고 뚫어지게 보면서,“내가 그대와 만날
때 무슨 대단한 일이 있는가”하였다.
또 한 스님이 병들지 않는 자의 화두[不病者話]를 들어 거론하
자,스님은 꾸짖는 투로 “왜 그런 것을 묻는가”하고는 이내 대중
에게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