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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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가사를 입고 향을 사러 황제를 위해 축원한 뒤에 법좌에
올라가 주장자를 가로 잡고 말씀하셨다.
“날카로운 칼을 온통 들어 바른 명령을 행할 것이니,어름어름
하면 목숨을 잃는다.이 칼날에 맞설 이가 있는가,있는가,있는
가.돛대 하나에 바람을 타고 바다를 지나가노니,여기서는 배 탄
사람을 만나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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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자를 세우고 말씀하셨다.
“3세 모든 부처님과 역대 조사님네와 천하의 노화상들이 모두
산승의 이 불자 꼭대기에 앉아 큰 광명을 놓으면서 다 같은 소리
로 우리 황제를 봉축하는데,대중은 보는가.만일 보지 못한다 하
면 눈은 있으나 장님과 같고,본다 한다면 어떻게 보는가.본다는
것과 못 본다는 것,안다는 것과 알지 못한다는 것은 한쪽에서만
하는 말이니,도대체 무엇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는 불자를 던지면서 “털이 많은 소는 불자를 모르는구
나”하고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인사말은 적지 않는다.【원문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