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P. 66
66 나옹록
“오늘 여러 관리와 선비들이 특별히 상당법문을 청하니 스님께
서는 여기 와서 설법하고 향을 사러 축원한 뒤에 법상에 올라가
자유자재로 법을 쓰십니다.이것이 사람을 위하는 것이 아닙니
까?”
“ 그렇지 않다.”
“ 무엇이 스님의 본분사입니까?”
스님께서는 불자를 세우셨다.그 스님이 또 물었다.
“오랑캐 난리 30년에도 소금과 간장이 모자랐던 적이 없습니
다.”
“ 쓸데없는 소리 말라.”
“ 학인이 듣기로는 스님께서 평산(平山)스님을 친견하셨다는데
사실입니까?”
“ 그렇다.”
“ 무엇이 천축산(天竺山)에서 친히 전한 한마디입니까?”
스님께서는 불자로 선상을 한 번 내리치셨다.그 스님이 또 말
하였다.
“천고(千古)의 영남(嶺南)땅에 희소식이 있으니,오늘 맑은 바
람이 온 누리에 불어옵니다.이것은 그만두고 오늘 보좌에 높이
오른 것은 다른 일 때문이 아니라 축성(祝聖)하는 일이니,스님께
서는 한마디 해주십시오.”
스님께서 “만년의 성일(聖日)속에 복이 영원하니 문무의 사법
(四法)이 태양을 따르도다”하시니 그 스님은 “온 누리에 퍼지는
임금의 덕화 속에 태평을 축하하느라 촌늙은이를 수고롭게 하지
않는다”하고는 세 번 절하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