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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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나옹록
2.신광사(神光寺)주지가 되어
스님은 절 문에 도착하자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온 대지가 다 해탈문인데 대중은 일찍이 그 문에 들어갔는가.
만일 들어가지 못했거든 나를 따라 앞으로 가자.”
또 보광명전(普光明殿)에 이르러 말씀하셨다.
“비로자나(毘盧遮那)의 정수리를 밟는다 해도 그는 더러운 발
을 가진 사람이다.말해 보라.무엇에 예배를 하는가?”
그리고는 손으로 불상을 가리키면서,“나 때문에 절을 받는 것
이오”하셨다.다음에는 거실(據室)에 이르러,“이 방은 부처를 삶
고 조사를 삶는 큰 화로다”하시고 주장자를 들고는,“이것은 부
처를 죽이고 조사를 죽이는 날카로운 칼이다.대중은 이 칼 밑에
서 몸을 뒤칠 수 있는가.그런 사람은 이리 나와도 좋다.나와도
좋다”하셨다.
이어서 주장자로 한 번 내리치고는,“우리집의 적자(嫡子)말고
누가 감히 이 속으로 가겠는가”하고는 악!하고 할을 한 번 한
뒤에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다음에 또 법당에 올라가 향을 사러 황제를 위해 축원한 뒤에
법좌에 올라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