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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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교하여 마치 옛 거울의 빛과 같아서 더럽혀지지 않고 물이 멈
            추어 있는 듯한 맑은 못 같아 소소연하여 움직임이 없으니,오랑

            캐가 오면 오랑캐가 나타나고 한인(漢人)이 오면 한인이 나타납니
            다.하늘과 땅을 비추고 예와 지금을 비추되 털끝만큼도 숨김이
            없고 털끝만큼도 걸림이 없습니다.그것은 모든 부처와 조사들의

            경계이며 또 여러분이 옛날부터 지금까지 써도 써도 다하지 않는,
            본래 있었던 한 물건입니다.
               오늘 명복을 비는 조씨의 영혼과 먼저 돌아가신 법계의 혼령들

            과 이 자리에 가득한 사부대중은 무슨 의심이라도 있습니까.만일
            있다면 다시 한 끝을 들어 보이겠습니다.”
               죽비를 들고,“이것을 보십니까”하시고는 다시 한 번 내리치

            고 말씀하셨다.
               “이 소리를 듣습니까?보고 듣는 그것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여기에서 분명하여 의심이 없고 또 우리 부처님의 우란(盂蘭)*의
                                                                     20)
            힘을 입으면,고통이 없어지고 즐거움을 받을 것입니다.그리하여
            못되어도 천궁(天宮)에 나고 잘되면 불국(佛國)에 날 것입니다.

               오늘 이 법회를 마련한 시주 조씨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영혼을
            위해 갖가지 불사를 마련하였습니다.이런 공덕에 어떤 죄가 멸하

            지 않고 어떤 업이 사라지지 않으며,어떤 복이 생기지 않고 어떤
            선(善)이 자라지 않겠습니까.그 때문에 결국은 불국에 왕생하고,
            그 때문에 본래면목을 환히 볼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란(盂蘭)은 인도말로 ‘거꾸로 매달림’이라는 뜻.목련존자는 어머니가 지옥
              도에서 고통받는 것을 보고는 안타까워 세존께 구원을 청했다.세존은 하안
              거 마지막날 법회(우란법회)를 열어 지옥․아귀도의 중생들에게 음식을 나누
              어주고 법을 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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