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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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이 과연 임제의 정통종지를 붙들어 일으키는 것인가.임제의
정통종지를 붙들어 일으키지 못했다면,그것은 결코 조용과 4료간
․4빈주․4할․3현․3요에 있는 것이 아니다.이미 아무 데도 있
지 않다면 도대체 그것은 어디 있는가.그것은 오직 여러분 당사
자[分上]에게 있다.
여러분은 알아야 한다.자기에게 있다는 그 하나[一着子]는 하
늘에 두루하고 땅에 가득하지마는,3세의 모든 부처도 역대의 조
사도 천하의 선지식들도 감히 바른 눈으로 보지 못하니 중요한
것은 그 당사자가 그 자리에서 당장 깨닫는 길뿐이다.
그러므로 선배 큰스님네들은 그대들이 그대로 당장 깨달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부득이하게 방편을 드리워 그대들에게 아무 의
미도 없는 그 화두를 참구하게 한 것이다.가령 예를 들면 어떤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개에도 불성이 있습니까?’하고 물었을 때
조주스님은 ‘없다[無]’하였으니,그것은 벌써 있는 그대로 드러낸
[和槃托出]것이다.그대들이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부득이 죽은
말을 고치는 의사처럼 그대들에게 구구하게 무(無)라는 것을 가르
치되,먼저 4대․5온․6근․6진과 나아가서는 눈앞에 보이는 산
하대지와 밝음과 어두움․색과 공․삼라만상과 유정무정 등 모두
를 하나의 ‘무’자로 만들어 한결같이 그것을 들게 한 것이다.그리
하여 다니면서도 그것을 들고,앉거나 눕거나 자거나 밥을 먹는
등 어디서나 그것을 들되,끊임없이 빈틈없이 한 덩이로 만들게
한 것이다.바늘도 갈구리도 들어가지 않고 은산철벽(銀山鐵壁)과
같아 모르는 결에 한번 부딪쳐 자기에게 있는 그 하나를 뚫으면,
깨닫기를 기다리지 않고 저절로 환히 알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