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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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면목을 볼 수 있으며,어떻게 1만 2천 보살이 항상 말하는 반야
를 들을 수 있겠는가.다만 높이 솟은 기이한 바위와 우거진 소나
무․잣나무들만을 볼 것이니,우리 임제(臨濟)의 정통종지와 무슨
관계가 있겠으며 그것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여러분은 부디 물러서지 말아라.임제도 눈은 가로 찢어지고
코는 세로로 생겼으며,여러분도 눈은 가로 찢어지고 코는 세로로
생겨 털끝만큼도 다르다거니 같다거니 하는 모양을 찾을 수 없다.
이미 우리 문중의 종자라면 같든지 다르든지 정법안장을 없애 버
리든지 임제의 정통종지를 붙들어 일으키든지 누가 상관하겠는가.
그러면 임제의 정통종지를 어떻게 붙들어 일으키겠는가.3현
(三玄)․3요(三要)를 붙들어 일으키겠는가.4료간(四料揀)․4빈주
(四賓主)․4할(四喝)인가.그런데 그 할은 살아 있는 사람이면 다
할 수 있는 것이니 누가 그것을 모르랴.무엇을 임제의 정통종지
라 하겠는가.비록 ‘한 번의 할에 빈주(賓主)를 나누고 조용(照用)
을 한꺼번에 행한다.그 속의 뜻을 알면 한낮에 삼경을 치리라’고
말했지만,그 말로 여러분은 속일 수 있지만 이 산승은 속이지 못
한다.여러분,자세히 점검해 보아라.”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한 번 할(喝)한 뒤에 말씀하셨다.
“형상이 생기기 전에도 빈주와 조용이 있었던가 없었던가.이
할이 사라진 뒤에도 조용과 빈주가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할
을 하는 그 순간에는 빈주와 조용이 할 속에 있는가 할 밖에 있는
가.아니면 그 속에도 있지 않고 바깥에도 있지 않은가.”
또 한 번 할하고 말씀하셨다.
“도리어 그 가운데의 뜻을 한꺼번에 말해 버렸다.산승의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