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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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록 79



               9.보설(普說)














               스님께서는 법좌에 올라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알겠는가.사부대중이 함께 모여 일심으로 굳이 설법을 청하

            므로 산승이 이 자리에 올라왔다.대중은 잠자코 이 설법을 들으
            라.이 눈앞에 분명하고 역력하여 설법을 듣는 자는 그 누구며,
            합장하고 묻는 이는 그 누구며,머리 숙여 절하는 이는 그 누구인

            가.여러분은 각자 점검해 보라.
               여러분은 ‘설법을 듣고 아는 것은 바로 나 주인공이다’라고 말

            하지 말아라.그러면 나는 여러분에게 묻겠다.만일 그것이 주인
            공이라면 그것은 긴가 짧은가,아니면 큰가 작은가.어떤 얼굴에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가.그것은 어디서 안신입명(安身立命)하고

            있는가.여러분이 분명히 알고 분명히 보며 분명히 말한다고 한다
            면,나는 다시 여러분에게 묻겠다.주인공을 알 수 있고 볼 수 있
            는 그는 또 누구인가?그러므로 조사님네도,‘그것은 마음도 아니

            요 부처도 아니며 물건도 아니다’라고 하였다.그러면 그대들은
            말해 보라.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며 물건도 아니라면 결국

            그것은 무엇인가.여기서 만일 깨치지 못한다면 어떻게 이 산에서
            1만 2천 담무갈(曇無竭:항상 般若波羅蜜多經을 설하였다는 보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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