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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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나옹록
15.시 중
스님께서 하루는 대중을 모아 각각에게 매일매일의 공부를 물
은 뒤에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그렇다면 반드시 대장부의 마음을 내고 기어코 하겠다는
뜻을 세워 평생 깨치거나 알려고 한 일체의 불법과 사륙체(四六
體)의 문장과 언어삼매를 싹 쓸어 큰 바닷속에 던지고 다시는 들
먹이지 말아라.그리하여 8만 4천 가지 미세한 망념을 가지고 한
번에 끊어 버리고,본래 참구하던 화두를 즉 ‘모든 법이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라든가,‘어떤 것이 본
래면목인가?’라든가,‘어떤 것이 내 본성인가?’하는 것을 늘 들어
라.
혹은 어떤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조주스님은 ‘없다[無]’하였다.그 스님이 ‘꼬물거리
는 미비한 동물들까지도 다 불성이 있다고 하였는데 무엇 때문에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고 하십니까?’라고 한 그런 화두를 들어라.
이 중에서도 마지막 한 구절을 힘을 다해 들어야 한다.이렇게
계속 들다 보면 공안이 앞에 나타나 들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들린다.고요한 데서나 시끄러운 데서나 들지 않아도 저절로 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