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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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없소.세계마다 티끌마다 묘한 본체요,일마다 물건마다 모두
            가 주인공[家公]이오.소리와 빛깔이 있으면 분명히 나타나고,빛

            깔과 소리가 없으면 묵묵히 통하오.상황에 맞게 때에 맞게 당당
            히 나타나고,예로부터 지금까지 오묘하고 오묘하오.자유로운 그
            작용이 다른 물건이 아니며 상황에 따라 죽이고 살림이 모두 그

            의 힘이오.
               승의공주여,알겠는가.만일 모르겠으면 이 산승이 공주를 위해
            확실히 알려주겠소.”

               죽비로 탁자를 치면서 악!하고 할을 한 번 한 뒤에 말씀하셨
            다.
               “여기서 단박 밝게 깨쳐 묘한 관문을 뚫고 지나가면,3세 부처

            님네와 역대 조사님네와 천하 선지식들의 골수를 환히 보고,3세
            부처님네와 역대 조사님네와 천하의 선지식들과 손을 잡고 함께

            다닐 것이오.”
               또 한 번 내리친 뒤에 말씀하셨다.
               “이렇게 해서 많은 생의 부모와 여러 겁의 원수 그리고 친한

            이를 제도하고,또 이렇게 해서 세세생생에 함부로 자식이 되어
            어머니를 해치고 친한 이를 원망한 일을 제도하며,이렇게 해서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승 저승의 모든 원수나 친한 이를 제도하시
            오.이렇게 해서 갖가지 고통을 받는 모든 지옥중생을 제도하고,
            주리고 목마른 아귀중생을 제도하며,축생계에서 고생하는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 아수라계에서 성내는 일체 중생을 제도하며,인
            간세계에서 잘난 체하는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 천상에서 쾌락에
            빠져 있는 모든 하늘 무리를 제도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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