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나옹록
13.지공화상 생일에
스님께서 화상의 진영 앞에 나아가 말씀하셨다.
돌연히 얼굴 맞대고 만나서 친히 그 깨달음을 뵈오니
험준한 그 기봉(機鋒)에 모골(毛骨)이 시리다
여러분들 서천(西天)의 면목을 알고 싶거든
한 조각 향 연기 일어나는 곳을 보라.
驀面相逢親見徹 機鋒嶮峻骨毛寒
諸人欲識西天面 一片香烟起處看
향을 꽂고는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말해 보시오.서천의 면목과 동토의 면목이 같은가 다른가.비
록 흑백이 동서를 다르게 하나,뚜렷한 콧구멍은 매한가지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