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8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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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노래[短歌]로는 십여 수 정도,긴 구절[長歌]로는 두서너
            말씀이면 되겠습니다.”

               원오선사는 송을 지어 그를 칭찬하였다.


                 심부름꾼이 되어 스승의 명을 욕되게 하지 않았으니
                 임기응변으로 대답을 잘도 했네
                 안선사는 호랑이 수염을 뽑아들고
                 세상 바깥으로 초탈하니

                 가장 좋은 자리를 내줄 뿐만 아니라
                 선상(禪床)을 내리치니 험한 절벽에 부딪치네

                 백추를 들고 불자를 세우며 웅변을 떨치니
                 쇳소리 옥소리*는 우레와 같고
                               38)
                 석 달 동안 우뚝이도 기강을 잡아 주니
                 수많은 납자들이 하나같이 그의 도풍을 따르도다
                 집착과 속박 풀어 주는 수단은 매웠으나
                 소를 빼앗고 밥을 빼앗고도 오히려 태연했네

                 가을바람 건듯 불어 돌아갈 이 시간에
                 무릉의 일을 모두 마치니

                 심오한 이치가 가슴속에 쌓여 있는데
                 걸음걸음 지기(知己)가 없음을 근심치 않고
                 떠나가는 마당에 송별시를 부탁하니
                 율극봉과 금강권이로다

                 짧은 노래로는 십여 수가 필요하고


            *아악을 연주할 때 쇳소리로 시작하여 옥소리로 끝나는데,여기서 연유하여 앞뒤
              조리가 완전한 말을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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