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7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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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下 217
“빈손에 호미자루를 쥐고 걸어갈 때 물소를 탄 사람이 다리를
건너가는데 다리는 흐르고 물은 흐르지 않는다.이게 무슨 뜻인
가?”
안선사가 몸을 굽히며 “말씀하신 바가 모두 사실입니다”하니
원오선사가 웃으면서,“원래 집식구였구나”하였다.
그리고서 오조 자(五祖自)선사의 처소로 가니 자선사가 물었다.
“서찰 속에 무슨 말이 적혀 있는가?”
“ 문채가 이미 다 드러났습니다.”
“ 결국은 무슨 말이라는 것인가?”
“ 당장에 보검을 휘둘렀습니다.”
“ 앞으로 가까이 오너라.여기 몇 자 모르는 곳이 있다.”
“ 패한 척하지 마십시오.”
이에 자선사는 시자를 돌아보며 “이 중은 어디 중인고?”라고
물었다.안선사는 말하지 말라고 하였으나 시자가 “일찍이 스님의
법회에 있다가 떠난 사람입니다”하였다.
자선사가 “어쩐지 재빠르다 했다”라고 하니 안선사가 “전에는
우둔하다고 스님께서 내버려두었습니다”라고 하였다.마침내 자선
사가 서찰을 화로 위에 쪼이면서 “나무사만다못다남……”하며
중얼거리자 안선사는 그 앞으로 다가서서 손가락을 퉁길 뿐이었
다.
그 후 안선사가 다시 장산에 이르러 여름 결제를 할 적에 원오
선사는 그에게 분좌(分座)해서 납자를 받도록 하였다.그 해 가을
이를 그만두고 떠나가려 하자 원오선사가 말하였다.
“그대는 무엇이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