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5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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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下 215
이 있었다.불성 태(佛性法泰)스님이 세상에 나가기 전에 안선사는
그를 스승으로 섬겼다.태스님이 덕산사(德山寺)의 주지가 되자 안
선사를 장산(蔣山)원오선사에게 보내 사서(嗣書)를 전하였다.이
때 원오선사가 방장실에 앉아 있는데 안선사가 서찰을 받들고 앞
으로 다가가니 원오선사가 말하였다.
“천리 길을 달려와 종풍을 욕되게 하지는 않았으나 공안이 뚜
렷한데 어찌하여 서신을 보내는고.”
안선사가 대꾸하였다.
“얼굴을 맞대고 꺼내 놓으니 더 이상 주고받을 것[回互]이 없
습니다.”
원오스님이 말씀하셨다.
“이는 덕산(불성 태스님)이 보낸 것이니,어느 것이 심부름하는
이의 것인가?”
“ 어찌 다른 사람[第二人]이 있겠습니까?”
“ 뒤에 있는 것은…….”
안선사가 서찰을 건네주니 원오선사가 말하였다.
“작가 선객이 원래 여기 있었구나.”
“ 장산의 분부를 내려 주십시오.”
마침내 승당(僧堂)앞에서 수좌와 대중에게 사서를 내려 주니
수좌가 물었다.
“이 현사(玄沙)의 백지*를 어디서 가져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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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사스님이 한 스님을 시켜 설봉스님에게 글을 보냈는데,설봉스님이 상당하여
뜯어보니 백지 한 장뿐이었다.설봉스님이 대중에게 ‘알겠는가’하여 ‘모르겠습니
다’하자 ‘군자는 천리에 같은 가풍이니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