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6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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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사가 그의 앞에 서찰을 들이대며 “보이느냐?”하자 수좌가
손을 내밀어 받으려 하였다.
안선사는 도로 잡아당기면서 “오랜 침묵이 필요하니 빨리 말하
려고 힘쓰지 마시오.오늘 이 글을 바치니 한번 보아주시기 바랍
니다”하였다.이에 수좌가 악!하고 할을 하자 안선사가 “진정한
수좌로다”하였다.수좌가 또다시 할을 하자 안선사가 서찰로 한
대 쳤다.수좌가 무어라고 하려는 찰나에 안선사가 “삼팔구도 모
르니 스스로 망설여질 수밖에”하고는 또다시 서찰로 한 차례 내
려치면서 “받아라!”하였다.
원오선사와 불안선사는 법당 위에 서서 무슨 일인가 하고 바라
보다가,원오선사가 사납게 소리치며 “우리 수좌를 때려죽이는구
나”하니 불안선사가 말하였다.
“관마(官馬)가 마구간을 짓밟았는데 무슨 증거가 있겠는가.”
이 말을 듣고 안선사가 말하였다.
“말이 마구간을 짓밟는다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이는
분명 용상(龍象)이 짓밟은 것입니다.”
원오선사가 “이리 불러오너라”하여 안선사가 다시 법당 위에
오르자 원오선사가 말하였다.
“우리 5백 명 대중 속의 수좌를 그대가 무엇 때문에 때리는
가?”
“ 스님도 한 차례 맛을 봐야 알게 될 것입니다.”
이 말에 원오선사는 불안선사를 돌아보며 혓바닥을 내밀 뿐이
었다.
불안선사가 ‘아직 멀었다’면서 안선사를 돌아보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