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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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하근기 사람들은 들을 수 없으니
                 신통묘용이란 그저 이럴 뿐이라네.

                 退食公堂自凭几 不動不搖心似水
                 霹靂一聲透頂門 驚起從前自家底

                 擧頭蒼蒼喜復喜 刹刹塵塵無不是
                 中下之人不得聞 妙用神通而已矣


               그리고 부정공(富鄭公:弼)에게 보낸 답서는 대략 다음과 같다.



                 “얼마전 돌려 드린 간추린 전등록 3권은 이미 받았으리라 생
               각되며,이제 또다시 승제(承制)송위(宋威)가 가는 길에 나머지
               일곱 축(軸)도 올리는 바입니다.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서역 성인께서 교(敎)밖에 따로 전
               하신 법은 중하근기를 위해 베푼 것이 아닌 듯합니다.지혜로운
               상근기는 단박에 깨쳐 들어가서 한번에 영원히 깨닫지만,어리석

               은 자는 미혹하여 본성을 되찾지 못하고 천가지 만가지로 달라
               집니다.부처와 조사는 그저 마음으로 마음에 전할 뿐이나 한없
               는 생명에 이로움을 주기 위해 부득이할 경우 방(棒),할(喝),주
               먹질,손가락질,눈썹짓,눈짓을 하거나 백추(白槌)를 치고 불자
               (拂子)를 세운다거나 그밖에 언어문자 따위의 갖가지 방편이 생
               기게 되었습니다.그런데 성인에게서 더욱 멀어질수록 제방의 학

               인들은 근본을 잊은 채 지말을 좇고 원천을 버린 채 지류를 따
               르는 풍조가 만연하여 모두가 이러하니,이를 두고 ‘가엾은 자’
               라고 하는 것입니다.
                 못난 저는 지난 해 초가을 청주에서 느낀 바 있어,본성이란
               부족하지도 남지도 않는다는 점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옛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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