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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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그는 묘지명을 스스로 남겼다.


                 내 관직을 그만둔 오늘,어느덧 칠십둘
                 나의 생애 끝나는 날,이 산으로 다시 오리라

                 저 진정한 법신,즉(卽)해 있지도 떠나[離]있지도 않아서
                 대천세계 가득히 자비와 지혜를 두루 드러내는구나
                 간직할 수도 버려 둘 수도 없으니
                 묘지명에 새긴 이 말은 이렇고 이럴 뿐이리.
                 吾政已致壽七十二 百歲之後歸此山地
                 彼眞法身不卽不離 充滿大千普現悲智
                 不可得藏不可得置 壽塋之說如是如是



               그가 누설한 가풍을 살펴보면 쓸데없는 말은 전혀 없었으니 어
            찌 지난날의 배휴(裴休)와 방온(龐蘊:방거사)만이 총림의 아름다운

            고사를 독차지하도록 내버려두었겠는가.그는 벼슬에서 물러나 명
            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웠다.또한 문 밖을 나가지 않고 불
            조의 마음에 계합하였으니,기미를 알고 재앙을 멀리하고자 적송

            자(赤松子:신선)를 따라 노닐었던 장량(張良)*보다도 훨씬 훌륭한
                                                      2)
            분이었다.







            *한(漢)고조 유방은 적재적소에 사람을 잘 부릴 줄 알았다.그러나 부하의 세력이
              커질 만하면 제거했는데 고조의 참모격인 장량(張良)은 그런 고조를 잘 알고 있
              었다.그리하여 공을 세운 그에게 고조가 높은 지위를 내주겠다고 하자,적송자나
              따라다니며 노닐겠노라 사양하고는 산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후인들은 그를 지
              혜로운 이로 평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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