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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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무고 下 149
24.선지식에게로 인도하다/운개 수지(雲蓋守智)선사
도솔 열(兜率從悅)선사가 도오산(道吾山)에 수좌로 있을 때 지
(守智)노스님은 운개산(雲蓋山)에 계셨다.종열선사가 하루는 수
십 명의 납자를 거느리고 수지스님을 찾아갔는데 수지화상은 종
열선사와 몇 마디 주고받지 않고서도 종열선사의 경지를 알았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말하였다.
“수좌를 보아 하니 기질은 훌륭한데 어찌하여 말은 마치 술 취
한 사람같이 하느냐?”
종열선사는 얼굴을 붉히고 식은땀을 흘리면서,“바라옵건대 스
님께서는 자비를 아끼지 마시고 가르침을 주십시오”하였다.다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얼마 후 또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자 종열선사
는 망연자실하였다.그래서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입실하려 하였
으나 수지스님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공은 대중의 수좌로서 설법하는 사람이다.나는 보고 들은 게
넓지 못하니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종열선사가 재삼 간청하였으나 수지스님이 말하였다.
“나는 복이 없어 사람들에게 신임을 얻지 못하였으니,설령 내
가 수좌의 절을 받는다 해도 뒷날 반드시 나 때문에 시비를 듣게
될 것이다.”
끝내 입실을 허락하지 않고 다시 종열선사에게 물었다.
“수좌는 법창 우(法昌倚遇)선사를 뵌 적이 있는가?”
“ 그의 어록을 보고서 내 스스로 깨닫기는 하였지만 만나 보고
싶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