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P. 145

종문무고 下 145


            이라고 말한 것이다.
               말해 보아라.선지식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사람이 무엇 때문

            에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가를 살펴보아라.그것이 무슨 도리인가
            를.그런데 요즘 납자들은 공부를 할 때 이것을 깨닫지 못하니,
            잘못이 어디에 있는가?다만 그것을 밝혀 나가고자 한다면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이렇게 하지 않아도 안 되며,이렇게 하거나 하지
            않거나 모두 안 된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너는 한마디 말[轉語]을 가지고서 이를 밝혀 나가려는가?영원

            히 그것을 밝히지 못할 것이다.옛사람은 단도직입적이었다.그러
            나 너는 단도직입적인 곳으로 가려 하지 않고 그저 분명하게 밝
            히려고만 드니,이래서 도리어 깨침이 늦어진다.”



               스님이 어느 날 말하였다.

               “나는 평소 남 욕하기를 좋아하는데 현사(玄沙師備:825~908)
            스님의 어록을 읽다가 그 분이 영운(靈雲志勤)스님을 시험한 구절
            을 보고서 대단히 기뻐하였다.

               현사스님이 지근스님에게,‘알긴 잘 알았으나 노형께서는 아직
            철저히 깨치지 못했음을 내 감히 보증합니다’하였는데 이 말은

            우뚝 솟은 만길 벼랑 같은 느낌이다.그 후 영운스님과 이야기를
            마친 후 또다시 현사스님이 말하였다.
               ‘너는 처음엔 그처럼 깨달은 것 같다가 뒤에는 도리어 이처럼

            똥싸고 오줌을 싸느냐?’
               내가 이 이야기를 원오스님에게 물으니 원오선사는 웃으며 말
            하였다.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