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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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편지도 함께 보냈다.
“저는 오래 전부터 불조의 도에 마음을 두어 왔지만 눈 밝은
스승을 만나 어리석음을 깨지 못한 점이 늘 안타까웠습니다.선
사의 훌륭한 덕망을 오래 전부터 들었으나 찾아뵈올 길이 없었
는데 지난 해 다행스럽게 박주 지방에 부임하니,마침 그곳이
영주(穎州)와 인접하여 그 고을 비부 장경산(比部 張景山)의 소
개로 옹선사를 초청할 수 있었습니다.그의 방문으로 한 달 가
까이 함께 지내오는 동안 자비와 방편의 힘을 입어 깨친 바 있
었는데 때마침 여름 결제에 임박하여 사월 초에 갑자기 영주로
돌아갔습니다.불법을 닦고 번뇌를 버리기에는 아무런 공부가
없는 데다가 계속 노쇠와 병마에 시달리느라 우매한 머리로 도
에 들어가기 어렵더니 지난날 고령(古靈)선사의 ‘생각지 않게 노
년에야 궁극의 진리[極則]를 들었다’는 일을 오늘날 이 부필이
겪게 되었습니다.천행 중 천행입니다.제가 비록 옹선사에게 법
을 얻었다고 하지만 그 근본은 노스님에게서 나온 것이니,법맥
이 매우 명백합니다.그러나 기필코 완전히 성취하려면 다시 노
스님께서 자비를 내리시어 저를 붙잡아 멀리 이끌어 주시사 이
르지 못한 곳에 이르게 해주셔야 할 것입니다.그렇게 된다면
지난날 남악(南嶽)선사의 문하에 방온(龐蘊)이 있었고 백장(百丈)
선사의 문하에 배휴(裴休)가 있었던 일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그의 벼슬은 신하로서 최고의 지위에 이르고 불도까지 밝게 깨
쳤으니 헤아릴 수 없는 큰 인물이라 하겠다.또한 원조(圓照)스님
에게 법의(法義)를 강론하고 선문의 종맥을 말하면서 고령선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