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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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어서는 촉산으로 돌아와 한가롭게 살았는데,한마디 한마디가
            불법을 위하는 말들이었다.그러나 그의 복이 지혜에 미치지 못한

            다고 세상 사람들은 안타까워하였다.




               3.동산 길(東山吉)선사의 게송



               신감(新淦)동산사(東山寺)의 길(吉)선사는 민(閩)사람이며 불조
            광(佛照德光)선사를 가르친 은사이다.도와 학문이 높고 논변이 말
            쑥하여 고명한 사대부들이 즐겨 왕래하였다.이조청(李朝請)이란

            자는 향림거사(薌林居士)의 외삼촌으로,향림거사와 함께 선사를
            찾아와 불법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이씨가 선사에게 말하였
            다.

               “집안 도적이 사람을 괴롭힐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집안 도둑이 누구냐?”

               이씨가 주먹을 세워 보이자 길선사가 말하였다.
               “도적의 몸이 이미 드러나지 않았는가?”
               “ 스님께선 사람을 바보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것이오.”

               “ 증거로 장물이 눈앞에 있지 않은가?”
               이씨가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모르자 길선사가 입에서 나오는 대

            로 게송을 읊었다.


                 집안 도둑이 사람을 괴롭히니 이를 어떻게 할까
                 많은 성인이 기연을 돌리는 것은 오로지 그것을 위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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