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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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와기담 上 25
온 누리에 그림자도 발자취도 없고
의지함도 머무름도 없고 얽매인 바 없는데
도적 도적 하니,맹장과 힘센 병사도 잡아들일 수 없어
천하의 노선사를 의심케 하네
시끄러운 저자 속 옛 미륵이 배꼽 잡고 깔깔댄다
그만!그만!
마음으로 밖에서 구하지 마오
고개만 돌리면 별안간 도적의 몸이 드러나고
장물까지 얻었으니 세상에 짝할 이 없도다
세상에 짝할 이 없으니 참으로 우러러볼 만하다
이제부터 다시는 기량을 자랑하지 말지어다
집에서 편안히 기쁜 마음으로 일할 때
삼라만상이 모두 다 손뼉을 치리라.
家賊惱人孰奈何 千聖回機只爲佗
徧界徧空無影跡 無依無住絶籠羅
賊賊猛將雄兵收不得 疑殺天下老禪和
笑倒鬧市古彌勒 休休
不用將心向外求 回頭瞥爾賊身露
幷臟捉獲世無儔 世無儔眞可仰
從玆不復誇技倆 怗怗安家樂業時
萬象森羅齊撫掌
길선사는 또한 두 수의 송을 지어 덕산(德山)스님의 방(棒)과
임제(臨濟)스님의 할(喝)에 대해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