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3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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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下 193


               62.계율을 경시하는 말세의 풍조를 개탄하다



               명주(明州)오대산(五臺山)의 계단(戒壇)은 영지(靈芝)율사가 중
            창한 것이다.축조를 마치고 법을 강론하는데 한 노인이 나타났
            다.신비한 기가 뛰어나고 눈썹과 수염이 하얀 그가 앞으로 나와

            말하였다.
               “저는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세 알의 구슬을 바쳐 오늘의 계

            단 조성을 축하합니다.”
               말이 끝나자 그 노인은 보이지 않았다.그리하여 계단 중심에
            세 알 구슬을 안치하였는데 여러 차례 빛이 나왔다.

               황조(皇朝:明)홍무 11년(1378)4월 17일,단주(壇主)덕옹(德
            顒)이 열 명의 율사를 모시고 계법회(戒法會)를 크게 열었는데 그
            후 이틀이 지난 밤에 자계사(慈溪寺)의 스님 자무(子懋)가 단에 오

            르려는 찰나에 갑자기 구슬에서 광채가 밖으로 뻗어 나오는 것이
            보이고 그 속에서 선재동자가 나타났다.자무는 깜짝 놀라 소리쳤
            고 온 대중이 돌아가면서 예배하였다.슬픔과 기쁨이 엇갈리는 순

            간이었다.그 후로 밤마다 대중들은 더욱 경건하고 간절히 기도하
            니,황금부처로 나타나기도 하고 팔이 여섯 달린 관음상,또는 붉

            은 대 푸른 버들 위에 빈가새[頻伽鳥]가 좌우로 춤을 추며 날아다
            니기도 하고,또는 월개(月蓋)를 쓰거나 손에 화로를 든 부처로 나
            타나기도 하고,용신이 구슬을 바치는 등 신기한 변화가 한두 가

            지가 아니었다.그것은 흔히 볼 수 없는 일들이었다.
               아!내 들어보니 세존께서 계단의 축조를 마치시자 범천왕(梵天

            王)이 귀한 구슬을 올렸고 제석천왕도 여의주로 비를 내려 세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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