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2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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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혼례식날 도망가서 출가하다/영 고목(榮枯木)



               영 고목(榮枯木)스님은 은성(鄞城)사람이다.어릴 때부터 채식
            을 하고 법화경을 계속 읽어 오다가 출가를 청하니 부모가 허락
            하지 않고 어거지로 결혼을 시키려 하였다.혼례를 치르던 저녁,

            스님은 도망가서 차가운 눈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거의 죽게
            되었는데 그의 외가 형 육씨(陸氏)가 옷을 벗어 입혀 준 후 부축

            하고 돌아와 더운물로 몸을 녹이고서야 소생하였다.
               맨 처음 해회사(海會寺)매봉 수(梅峰壽)스님을 모시다가 다음
            에 정자사(淨慈寺)의 동서 해(東嶼海)스님을 찾아뵙고 삭발하였다.

            구족계를 받은 후엔 맑은 정신으로 참선을 하며 끊임없이 분발하
            여 중봉 단애(中峯斷崖)․포납 대량(布衲大梁)․무방 고림(無方古
            林)등 여러 큰스님을 두루 찾아뵙고 예를 다해 법을 물어 그들의

            가르침을 크게 받았다.설창(雪窓)스님이 육왕사의 주지로 있을 무
            렵 스님의 계행이 엄숙하고 안목이 진실함을 존중하여 특별히 제
            2수좌로 초청하였다.

               지정(至正)정유(1357)년,대중의 여망을 따라 해회사(海會寺)에
            서 개법하니 승속이 모두 그를 믿고 추앙하였고,이에 힘입어 사

            찰이 흥성하게 되었다.
               금조(今朝)홍무 4년(1371)에는 서울[京師]에 가서 종산법회(鍾
            山法會)에 참여하였고 다음 해에 동쪽 지방으로 돌아왔다.또 그

            다음 해에 은성의 거교암(車橋菴)에서 입적하였는데 널에 넣은 지
            7일이 지나도록 얼굴빛이 변하지 않았다.향년 73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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