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8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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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바다를 본 사람에게는 물 이야기 하기가 어려운 법이니 물
            결이 다하면 물거품도 없어진다.이제는 바다도 사라지고 물거품

            도 없어졌으니 머리를 돌려 자기 집에 안주하였다”운운하였는데
            당시 그곳에 있던 큰스님들이 뒤따라 조사(弔辭)를 써서 조사는
            그때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제 총림에서는 조사 쓰는 것이 상투화되어 아무 의미 없는
            어거지 문장을 엮어내니 이른바 죽은 승려를 일깨워 주려던 원뜻
            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58.관세음보살의 현신/조료 원(照寮元)스님


               천동사 조료 원(照寮元)스님은 원래 병이 많던 사람이다.홍무

            (洪武)병진(1376)년 날로 병이 악화되자 면(勉)장주는 그에게 관세
            음보살 명호를 하라고 권하였다.조료 원스님은 그의 말을 따라

            하루에도 몇만 번씩 염불하다가 다음 해 10월 17일 오시(午時)에
            이젠 죽음이 멀지 않으니 아미타불로 바꾸어 염불하는 것이 좋겠
            다는 생각을 했다.그때 갑자기 아름다운 부인 한 분이 몸에는 육

            수의(六銖衣)를 걸치고 손에는 맑은 물병을 들고 문 밖에서 들어
            와 그의 앞에 섰다.그는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잠시

            후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세히 살펴보았다.그것은 바로 관세음보
            살의 현신이었다.조료 원은 눈물을 흘리며 자기 죄를 고백하고
            구원해 달라고 기도하였는데 보살은 잠깐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그 일이 있은 지 5일이 지나 병이 다 나았고 지금은 50여 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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