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9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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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169


               시험삼아 자주 이 화두를 들어 보십시오.“한 물건도 가져오질
            않았을 땐 어떻게 합니까”하니 조주스님이 말하기를 “놓아버리

            라”말했다.이리하면 단박에 깨닫기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스님이 운문스님에게 물었습니다.“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았는데 허물이 있습니까?”그러자 운문스님은 “수미산만큼!”이

            라고 했습니다.이것도 역시 단도직입적으로 요점을 살핀 것입니
            다.하릴없이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고요히 하여 우둔한 듯이 공
            부하십시오.다만 화두를 들어 보십시오.오래 하다 보면 저절로

            들어갈 곳이 있을 것입니다.




               69.여학사(呂學士)에게 드리는 글



               초조 달마스님이 양나라에 와서 무제(武帝)를 뵙고 그 자리에
            서 정수리 위의 하나[一著子]를 썼으나 무제는 알아차리지 못했습

            니다.그리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지금까지 팔뚝을 걷어붙이게 하
            고 그 뒤로 상당한 사람들이 진흙과 물속에 빠져 헤매게 되었습
            니다.그의 발자취를 더듬고 헤아리면서 백천 갈래로 다르게 알음

            알이를 냅니다.핵심은 꿈에서도 보지 못하고 그저 기연 위에서
            기연을 내고,견해 위에서 견해를 낼 뿐입니다.그 때문에 말하기

            를 “칼은 멀리 떠나 버렸는데 그대는 이제야 칼 떨어진 뱃전에 표
            시를 하고 있구려”하였던 것입니다.당시에 달마 오랑캐놈을 동
            강내 버렸더라면 다른 사람에게 누를 끼치는 데는 이르지 않았을

            것입니다.그래서 이른바 “은혜를 알아야만 은혜에 보답할 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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