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5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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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165


               이발습유(李渤拾遺)*가 구강(九江)땅으로 부임해 나와 적안(赤
                                 34)
            眼)*귀종(歸宗)스님과 만났는데,한 번의 대면에 투합하여 깨우쳤
                35)
            습니다.이발이 하루는 갑자기 물었습니다.
               “교(敎)에서는 말하기를 ‘겨자씨에 수미산을 받아들인다’하였
            는데,어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 사람들이 공(公)을 이만권(李萬卷)*이라고 하던데,그렇습니
                                                36)
            까?”
               “ 그렇습니다.”

               “ 공의 몸을 살펴보니 다섯 자도 채 못 되는데 만 권의 서적을
            어느 곳에 두었소?”
               그러자 이발은 곧바로 그 뜻을 깨달았다고 합니다.이를 어찌

            모양과 망정에 집착하여 알음알이를 지키는 자와 따질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요컨대 손가락을 통해 달을 보고,그물과 덫을 잊

            고 물고기와 토끼를 챙기는 근기라야만 방편과 소굴을 지키지 않
            을 만합니다.한번 거량하여 그대로 귀결점을 안 뒤에 민첩하게
            빠져 나와 종횡무진으로 통달한 경지에 이르면 큰 수용(受用)이

            환하게 나타납니다.
               한문공(韓文公)이 태전(太顚)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저 유(愈)는 공적인 사무가 바쁘오니 불법의 핵심에 대해 스님
            께 한 말씀 청합니다.”
               그러자 태전스님은 그저 자리에 앉아 있었을 뿐이었으므로 문


            *습유(拾遺):벼슬이름.임금이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일깨워 주는 역할.
            *적안(赤眼):귀종스님은 항시 약수(藥手)로 눈을 부볐기[拭眼]때문에 눈이 빨개
              서 적안귀종(赤眼歸宗)이라 불렀다.
            *이만권(李萬卷):만 권의 서적을 읽은 이발을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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