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4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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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鄭愚)․위주(韋宙)의 경우는 마음을 다해 몸소 참구하여,
평생이 다하도록 쓰고 누림을 얻었습니다.우리 종문에선 더욱 환
하게 밝히고 출몰자재하게 지극히 심오한 데까지 궁구하였으니,
내한 양대년(內翰楊大年)*과 도위 이부마(都尉李駙馬)는 방거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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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란히 달릴 만하였습니다.
이는 커다란 역량을 갖추고 벼슬길에 있으면서 관직을 버리지
않고서도 세속 밖에서 노닐었기 때문일 것입니다.불조의 본분소
식을 제창하여 세상 사람들을 단련하면서,동사섭(同事攝)을 해나
갔습니다.가정생활하는 가운데나 지방에 관직을 맡아 나가는 경
우에도 대종사와 함께 안과 밖에서 불법을 보호하였습니다.이 어
찌 옛날에 영산(靈山)에서 수기를 받아 백겁천생토록 연마하겠다
는 서원을 내었기에 이와 같이 기연을 드날리는 것이 아니겠습니
까!
근세엔 불법이 쇠미해지긴 했습니다만 벼슬하는 사람들 중에
깊이 신봉하는 자들이 극히 많습니다.거의 옛 가풍이 있다 하겠
으니 요컨대 앞의 세 부류와 서로 짝하려 해야 합니다.만약 이
문제에 뜻을 둔다면 반드시 상상(上上)의 큰 기틀[大機]과 반연을
맺어야지 중하(中下)의 체제와 법도를 짓지 말아야 합니다.그렇게
하면 범부를 초월하고 번뇌를 벗어나 완전한 해탈을 얻는 데 어
렵지 않을 것입니다.다만 한결같이 오래 하면서 어떤 경계나 악
연을 만나더라도 그 자리에서 끊어 버려야 합니다.이것이 이른바
“쇠바퀴[鐵輪]를 정수리 위에서 굴린다 해도 정혜(定慧)가 원명하
여 끝내 잃지 않는도다”는 것입니다.
*내한(來翰):한림학사의 별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