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6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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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은 망연하였습니다.이때 삼평(三平)스님이 모시고 서 있다가 즉
            시 선상(禪床)을 한 번 어루만지면서 말하기를 “시랑(侍郞)이시여,

            화상의 도는 먼저 정(定)으로 움직이고 뒤에는 지혜로 뽑습니다”
            라고 하자 문공은 크게 기뻐하면서 말하였습니다.
               “선사의 불법은 높고도 준험하십니다.저는 오히려 시자(侍者)

            의 가르침 속에서 깨우친 바가 있습니다.
               영리한 근기는 한 번 퉁겨 주면 바로 돌이켰습니다.그들 스승
            과 제자를 살펴보았더니,서로가 방편을 지어 이름 붙일 수도 없

            고 말할 수도 없는 자리에서 발휘했던 것입니다.
               영리하고 빼어난 한문공이 아니었더라면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었겠습니까.이른바 도끼를 휘두르는 자도 솜씨가 민첩하고,도

            끼를 받는 자도 움쩍하지 않는 자질이 있었던 것입니다.그런 뒤
            에 둘이 함께 오묘한 경지에 들어간 것이니,그렇지 못하면 한바

            탕 허물을 이룰 뿐입니다.
               이렇게 보건대 어느 겨를에 매일같이 조사의 방에 들어가 아침
            마다 묻고 참례하겠습니까.그러므로 옛사람은 강을 사이에 두고

            부채를 흔들면 대뜸 깨쳤던 것입니다.지금 이처럼 종이와 먹으로
            형용하는 것은 알면서도 고의로 범하는 것입니다.




               67.황성숙(黃聲叔)에게 드리는 글



               서로 만나도 드러내 보이지 않고 생각을 드러내면 곧 있음을

            알아차린다 해도,자세히 점검해 보면 이미 진탕 속으로 끌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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